민음사 <로마제국쇠망사> 번역에서 (21장 단어 번역)


공자는 세상를 바로잡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중서건 학술서건 가리지 않고 무성의한 오역이 빈번한 한국의 출판문화는 분명 큰 문제일 것이다. 나는 이미 몇 차례 <로마제국쇠망사>를 읽다가 국내 몇 개 번역본들과 대조한 결과 어떤 식으로 오역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심도있게 살펴보았다고 자부한다. 특히, 그 중에 민음사판은 로마사전공자가 아닌 단순 영문학전공자에 의해 번역되어 원점에서 부터 큰 한계와 제약이 있었다. 나는 거기서 이들 로마사 지식이 충분치 않았던 번역자들이 어떤식으로 번역상의 어려움을 해결했는지도 어렴풋하게 보였다. 물론, 그들은 전문용어나 그에 관련된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번역에서 단어상이나 구문상의 오역을 하였고, 그들이 막혔을 때 참조했었던 책 중의 하나가 이전에 나왔던 일본어판을 중역해서 나와 있던 기존중역판이었다는 것도 보였다. 이런 비전문가를 이용한 편법 번역방식은 애당초 부터 꼼수 중에 꼼수라 말할 거리가 안된다. 번역자선정 부터 애당초 너무나 무성의한 번역이었다.

오늘은 역시 어떤 식으로 오역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제공할 겸 마침 최근 내가 읽었던 21장(제2권)의 기독교 부분에서 빚어졌던 단어의 번역상에 잘못되고 부적절한 부분을 열거하려 한다. 이것은 꼭 오류만이 아니라 의역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미의 미묘한 변동같은 것도 포함한다.

1) 195페이지 "이교도"  -->  Constantine easily believed that the heretics, who presumed to dispute his opinions or to oppose his commands, were guilty of the most absurd and criminal obstinacy 에서 the heretics 의 번역어인데 오역이다. 이는 이단(異端)이 맞다.

2) 198페이지 "아프리카의 속주 총독 대리와 집정관" --> A severe inquisition, which was taken by the praetorian vicar and the proconsul of Africa, the report of two episcopal visitors who had been sent to Carthage, the decrees of the councils of Rome and of Arles, and the supreme judgment of Constantine himself in his sacred consistories were all favourable to the cause of Caecilian 에서 the praetorian vicar and the proconsul of Africa 의 번역인데 부적절한 오역이다. 우선 로마제국후기의 관직에 대해서는 17장에서 다루었는데 이 부분도 심히 혼동될 소지가 많았다. 처음 praetorian vicar 를 총독대리라고 보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 이는 명백히 속주(province) 보다 큰 행정구인 관구(diocese)의 장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consul은 집정관으로 번역되뎌 proconsul은 이와는 다르므로 명백히 오역이 된다. 또한 이 관구의 장과 아프리카의 프로콘술(proconsul)은 사실상 같은 관직이므로 실은 "아프리카의 관구 비카리우스(Vicarius)이자 프로콘술"이 보다 정확한 말이 될 것이다. 

3) 214페이지 "카톨리쿠스(公敎徒)" --> The Consubstantialists, who by their success have deserved and obtained the title of Catholics, gloried in the simplicity and steadiness of their own creed, and insulted the repeated variations of their adversaries, who were destitute of any certain rule of faith 에서 the title of Catholics 의 번역이다. Catholics는 보통 당연히 카톨릭교도 카톨릭신도를 말한다. 이 자체는 테오도시우스 법전 16.1.2 의 조항과 관련이 되는 것 같다. 이 내용은 삼위일체(Holy Trinity)와 사도 베드로(St. Peter)의 가르침을 따르는 당시 로마 교황 다마수스(Damasus)와 알렉산드리아 주교 베드로(Peter)가 가르치는 교리를 제국민들이 따라야 하며 이들을 "카톨릭 기독교도(catholic Christians)”로 부른며 다른 자들은 이단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칙령이다. 의역이다. 아마도 먼저의 중역판을 참고한 것으로 추측예상되지만(중역판에는 "공신도公信到"라 하여 그 의미상 거의 같다), 어쨌든 기번의 의도에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크게 잘못이랄 것은 없다.  참고로 앞 법령의 원문은

Imppp. Gratianus, Valentinianus et Theodosius aaa. edictum ad populum urbis Constantinopolitanae. Cunctos populos, quos clementiae nostrae regit temperamentum, in tali volumus religione versari, quam divinum petrum apostolum tradidisse Romanis religio usque ad nunc ab ipso insinuata declarat quamque pontificem Damasum sequi claret et Petrum Alexandriae episcopum virum apostolicae sanctitatis, hoc est, ut secundum apostolicam disciplinam evangelicamque doctrinam patris et filii et spiritus sancti unam deitatem sub parili maiestate et sub pia trinitate credamus. (380 febr. 27).

Hanc legem sequentes christianorum catholicorum nomen iubemus amplecti, reliquos vero dementes vesanosque iudicantes haeretici dogmatis infamiam sustinere nec conciliabula eorum ecclesiarum nomen accipere, divina primum vindicta, post etiam motus nostri, quem ex caelesti arbitrio sumpserimus, ultione plectendos. Dat. III kal. mar. Thessalonicae Gratiano a. V et Theodosio a. I conss. (380 febr. 27).



4) 234페이지 "로마 교황"과 "교황청" --> the Roman pontiff was persuaded to consider his appeal as the peculiar interest of the Apostolic see 에서 the Roman pontiff 와  the Apostolic see 의 번역이다. 교황과 교황청의 번역어는 pope와 Curia Romana 란 말이 대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어느 정도 의역으로 보인다. 나중에 기번은 pope란 말도 쓰는데 이것은 교황제가 좀더 진전된 후에 사용하는 말이고 이 단계에서는 pontiff를 선호했는데 pontiff자체는 라틴어 pontifex 에서 온 말로 기독교에 한정된 말이 아닌 일반적으로 고대로마에서 제사장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the Apostolic see 의 경우 사도좌(使徒座)로서 의역이다. 교황청이라고 번역한 것은 중역판에서 그렇게 된 것임으로 역자들이 이를 참조한 것이 아닌가 한다.


5) 243페이지 "수녀" --> consecrated virgins were stripped naked, scourged, and violated에서 consecrated virgin의 번역어인데 수녀의 번역어는 nun이므로 아무래도 의역인데, 위키백과 관련 항목을 찾아보면 수녀의 초기 형태라서 엄밀히 수녀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해 처녀성을 지키나 재가적 신앙생활도 가능함). 

6) 245페이지 "왕" --> the exasperated monarch had endeavoured, by a very pressing epistle to the Christian princes of Ethiopia, to exclude Athanasius from the most remote and sequestered regions of the earth에서  monarch 즉 군주를 왕으로 의역했는데 페르시아를 비롯한 이민족이 아닌 로마의 군주는 왕이 아니라 황제(emperor)이므로 오역이다. 그냥 군주가 맞고 의역에서도 황제였어야 한다.

7) 245페이지 "총독, 호민관" --> Counts, praefects, tribunes, whole armies, were successively employed to pursue a bishop and a fugitive 에서 Counts, praefects, tribunes, whole armies 를 번역하는데 몇까지를 빼먹었다.

8) 254페이지 "성사"  --> The rites of baptism were conferred on women and children 에서 rites of baptism을 의역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직역하면 baptism은 세례이다. 성사라함은 좀더 일반적인 것으로 아무래도 세례 의식이 더 적절한 것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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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hiloscitory 2012/02/08 23:39 # 답글

    허허.. 이거 원전을 봐야 하나요. 기번이 18세기 사람이라 영어가 어렵게 쓰여있을거 같은데.. 전공서적이야 영어로 봐도 문학이나 이런 인문 서적은 쉽게 원서로 못 보겠더군요. 도전을 안 해봐서 그런지..
  • DreamersFleet 2012/02/09 01:19 #

    미흡하지만 번역판이 2종이나 나와 있어서 꼭 볼 이유는 없겠지만 제대로 끝까지 읽으려면 대광에서 나온 중역판 정도 읽으면 그 나마 좋습니다. 원전으로 읽어도 이런저런 참고문헌이나 다른 책들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거의 엄청난 분량을 인내하고 완독하기 어렵지요.
    영어에 관해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이 비슷한 시기 쓰여진 것으로 아는데 결과적으로 현대영어랑 차이 없습니다. 단, 스타일은 기번 개인 스타일인지 시대적인 것인지 모르지만 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죠.
    진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쌓이기 까지는 다른 전공분야 원서로 보는 건 무리죠.
  • philoscitory 2012/02/09 15:43 #

    그렇군요, 번역본을 먼저 보는게 편하겠네요. 영어 실력이 영 아닌지라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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